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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의 파트는 무엇입니까? |
2004.03.24, 백기락 |
저는 대학 생활 중에 경북대학교 합창단에 가입하여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 보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 배운 음악을 잊지 못합니다. 처음 합창단에 들어가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3 Tenors CD를 매일 아침 일찍 동아리방을 찾아 듣곤 하였습니다. 3명의 테너 중에서 파바로티는 다른 두 사람의 음량을 능가하는 엄청난 힘을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 내가 파바로티처럼 노래를 부르고 죽는다면 여한이 없겠다...' 하지만, 저는 졸업할 때까지 파바로티처럼 노래를 부르긴 커녕 솔로조차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발레에는 '프리마 돈나'가 있습니다. 합창은 조화를 중시하는 음악의 한 장르입니다. 물론 다른 어떤 음악에서 부조화가 가능하겠습니까만, 수십명의 합창단원들이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맞춰야만 좋은 합창이 탄생합니다. 그 속에서도 가끔 합창의 분위기를 높여주는 솔로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보통 노래를 그냥 잘한다고 해서 솔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래를 잘 하더라도 그 곡에 맞는 음색과 음량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실력이 받혀주지 못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지위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합창단원들은 졸업할 때까지 솔로를 한 번 해보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합니다. 저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솔로가 되면 어떻게 될까? 만일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성악가들을 모두 모으고 최고의 연주가들을 모아 합창단과 교향악단을 꾸리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 연주는 최악의 연주가 되진 않을 지언정 최고의 연주는 되지 못합니다. 세계적인 합창단일수록 단원 한 명 한 명은 무명입니다. 그 합창단의 이름은 유명할지라도 그 단원은 유명할 수가 없는게 그 세계입니다. 실제로 많은 성악도가 합창단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본인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휘자는 항상 단원들의 마음 속에 높아지고자 하는 욕심을 제어해야만 하고, 이는 합창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당신의 파트는 무엇입니까? 저는 바리톤 영역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합창단에 바리톤은 없습니다. 테너와 베이스만 있을 뿐입니다. 통계적으로도 완벽한 테너, 완벽한 베이스는 그 숫자가 매우 적습니다. 즉, 합창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단원들이 자신의 재능이 완벽하게 부합되지 않는 영역에 배치되고, 그 속에서 적응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 중 일부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 속에서도 견디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저 역시 처음에 무리하게 테너로 배정받아 활동하다 성대를 많이 혹사하게 되었고, 결국 베이스로 아예 옮기게 되기까지 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합창단 활동을 했었는데, 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날은 애국가를 3부(남성합창단임)로 배우고 있었는데, "외국의 경우,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똑같은 음이 아닌 각자가 자신의 파트에 맞춰 국가를 부른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들에게도 애국가 정도는 자신의 파트를 배워 부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애국가도 오로지 하나의 음만을 내려고, 배우려고 하지만, 정말 훌륭한 합창단이 4부로 애국가를 부르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게 됩니다. 개성과 조화 모두 추구해야 ! 이 사회는 합창단과 같습니다. 한 지휘자 아래에서 전체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개성이 망각되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파트를 거의 구별이 힘든 단원들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주면서도 그 파트의 독특함을 찾아내어 발휘하게 하는 지휘자가 정말 훌륭한 지휘자이며, 그런 합창단이야말로 최고의 합창을 선사합니다. 필리필 마드리갈 싱어즈의 경우, 전원이 아마추어임에도 세계 최고의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도 지휘자 아래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지휘자의 리드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프로가 아니지만, 그들은 전체를 통해 프로 중에서도 인정받는 프로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바로 "프로같은 아마추어"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추어같은 프로"가 아닌, "프로같은 아마추어"가 되자! 아마추어리즘은 설익은 능력을 미화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순수함을 긍정하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라고 하더라도 아마추어리즘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익 이전에 헌신과 봉사, 열정을 먼저 생각할 때 그 프로는 프로가 넘을 수 없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어쩌면 최고의 자리는 프로페셔널리즘이 아닌, 아마추어리즘으로 무장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삶에 아마추어리즘이 무엇인지, 프로페셔널리즘이 무엇인지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휘자를 찾아 우리의 파트 속에서 우리의 노래를 해보아야 합니다. 모두가 솔로이고자 할 때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우리가 최고가 되기 위해선, 우리 개개인이 최고이기도 해야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아마추어리즘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영역에 맞게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파트는 무엇입니까? 백기락,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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