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첩. 볼펜 들고 사는 메모광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윤종용 부회장을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유명한 메모광이란 사실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회의 내용은 물론 자신의 지시 사항까지 작은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몇 년 전에는 40여 년 동안 쌓아둔 메모를 바탕으로 경영 현장에서 느낀 소고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50년 넘게 축적된 메모 습관이 그를 국내의 대표적 전문 경영인 반열에 오르게 한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메모와 토른을 강조했던 재계의 대표적 인물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다. 최종현 회장은 최태원 SK(주) 회장과 최재원 SK E&S 부회장 등 두 아들과 과학 분야의 토론을 즐겼다. 그런 다음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기록해두라고 당부했다. 그의 이런 습관은 두 아들에게, 다시 손자에게 대물림됐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 할 경우 현지에 가서 보고 들은 것뿐만 아니라 물가, 교통, 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휴넷의 조영탁 사장도 늘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는 "이 메모지가 나에게 아이디어 뱅크 구실을 했고, 목표 궤도에서 이탈할 때 바로 잡아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의 강창희 부회장은 주말에 몰아서 스크랩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집이 여의도인 그는 주말이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해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한다. 20년 전부터 '주말 출근'을 해오고 있는데 투자 교육, 증권사 경영, 펀드 등으로 분류해서 자료를 정리한다. 강창희 부회장은 "이렇게 20년 넘게 모아온 자료들이 글쓰기의 밑천이 된다"고 말했다.
CEO가 메모 습관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규 임원진에게 만년필이나 휴대전화를 선물로 주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평소 "기록이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에게 이 선물은 '기록'을 철저히 해두라는 뜻이다. 그런데 메모와 관련한 다양한 기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메모는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 기업의 A 사장은 "1백 번 메모하면 그중에 2~3개가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거꾸로 나머지 97~98개는 그냥 묻힐 수 있다는 말이다. A사장은 "그래도 메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산이다. 오른손에 펜을 쥐고 있으면 남의 말을 듣는 태도와 주변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진다. 이것이 메모 습관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수확이다"라고 메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TWO CHAIRS 투체어스 프라이빗 뱅킹 매거진
Jun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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