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고 해서 우대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 북경에서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30대의 후반 유모씨. 그는 한 유통회사와 면접을 보면서 희망 급여를 월 1만 5천위안으로 이력서에 적어냈다. 희망급여가 조금 많지 않냐는 주위의 걱정 섞인 질문에 최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경력도 있을 뿐더러 영어 특기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라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최씨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 넘게 그가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주겠다는 기업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30대 청년 L씨.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백수생활이 길어지자 생활비가 궁해졌다. 마치 후배가 주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한 문서를 정리하면 하루 알바 수당을 150위안 정도 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L씨는 자신도 그 회사에서 단기간 알바를 하고 싶다고 문의했다. 그런데 L씨는 중국교포 위주로 구성된 이 회사에서 자신은 하루에 적어도 알바 수당을 300위안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를 묻는 회사 담당자의 질문에 L씨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한국인이잖아요?”. 결국 L씨는 이 회사문전에서 차갑게 박대를 당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회사 담당자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굳이 한국인이라고 더 대우를 해줘야 할 이유를 전혀 못 느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많은 유학생 출신 구직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파견된 주재원에 비해 상대적 ‘저임’의 현지 채용은 싫다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이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처음부터 일자리 보다는 어학연수나 친지방문 등 이런 저런 명목으로 중국을 찾은 후 아예 눌러 앉은 부류다. 그들은 한껏 희망과 자신감에 부풀어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을 택했고 일정 기간 중국과의 ‘허니문’을 즐기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빵을 구하기 위한 생업이라는 심각한 벽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취직이 안돼 모 기관에서 실시하는 중국 인턴쉽 과정으로 건너왔다가 눌러앉은 D씨도 (31)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6개월간의 어학연수 코스가 끝났지만 막상 추천이 들어온 직장은 자신이 생각한 깨끗한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번듯한 집기가 있는 사무실이 아니라 직원이라고 해야 사장을 포함하여 10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 회사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뿐 아니라 회사에서 제시한 월급이 4천 위안이라는 말에 D씨는 경악했다. D씨는 “내가 그래도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왜 여기서 한국돈으로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고 일해야 하냐?”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한국에서 PC방 아르바이트를 해도 이보다 적을 수는 없다”라고 흥분하기도 했다.유씨나 D씨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자신의 기대수준만 높이고 몸담고 있는 북경 교민기업의 현실을 도외시 했다는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한국인 현채 직원 초봉 대개 5천 ~ 8천위안
얼마전 한 일간지에 보도된 한국의 취업 전문회사 인쿠르트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상장사를 제외한 중소기업 초봉으로 평균 연봉이 한화 1800원만대 라고 전한다. 이는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급여통장으로 찍히는 현금이 인민폐로 환산해도 대략 월 1만 1천 위안을 정도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자본력이 거대한 대기업이나 중견그룹의 회사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한국의 중소기업 조차도 못 미치는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중국의 물가나 기업의 이익 등을 염두해 뒀을 때 초봉으로 5천 ~ 8천위안 정도는 현지수준에 비추어 적지 않은 급여라는 것이 중국으로 진출한 한 인터넷 회사 간부의 주장이다.
이 간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에서의 급여, 초봉 3천 운운은 보통 언론에서 말 그대로 대기업이나 상장사 위주로 기준을 맞추어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상장을 하지 않은 작은 규모의 회사의 급여 수준은 이보다 훨씬 적다. 그뿐 아니다. 경기도 시화나 안산 등 공단 쪽으로 가봐라. 사무직이라고 할지라도 급여나 복리수준이 훨씬 더 열악하다. 아직도 사무용기로 80년대 철제책상을 쓰는 회사도 부지기수다. 오히려 그 회사들이 여기 북경에서 허울 뿐이 한국 회사들 보다 더 튼튼하고 규모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현채 직원의 급여는 대개 얼마나 될까? 기자가 무작위로 20여명 정도 주로 30대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여 조사했더니 초봉이 급여로 인민폐 1만 위안 이상 받는 일반직 현지채용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물론 초봉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 경력직원도 찾아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30여명 규모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북경의 한 IT 회사는 신입 여사원 초봉을 8천위안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나마 올해부터 신입사원 충원계획은 아예 없다고 한다. 또 다른 IT 회사 D사의 경우 하반기에 유학생 출신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 담당자는 “대략 7천위안선으로 잠정 결정하여 본사로 품의를 올렸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부대 사업을 겸비한 천진의 모 중소기업도 경력직으로 들어와도 8천위안 이상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3천 위안을 주겠다는 개인 회사도 있었다.
간혹 보이는 월 급여 1만위안 이상의 직종은 주로 영업직, 그야말로 실적을 올려야만 가능한 직종들. 혹은 다단계로 추정되는 일부 회사들은 그 이상 주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연봉이라는 것이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있고 은밀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전문 기술직이 아닌 일반직의 경우이다. 유학생 경쟁력에 관한 기업들의 의문제기
기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채 직원 초봉으로 대략 5천 ~ 8천 위안선이 제일 많았다. 기자의 추정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베테랑 북경 특파원이 쓴 중앙일간지 기사 몇 가지를 살펴보자.
“CJ는 지난해 6명의 유학생 출신 여직원을 현지직원 수준에 준해 선발했다. 이들 여직원은 3명이 CJ 중국 본사, 나머지 3명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들이 현지인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의 급여지만 대기업에서 그것도 중국 현지에서 일을 배운다는 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1월 22일)”
“그나마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일부 유학생 출신을 채용하지만 월급은 현지인과 비슷한 수준인 4,000위안(약 48만원) ~ 5,000위안(60만원)에 불과하다 (경향신문 1월 19일)”“중국에 진출한 모 자동차회사 베이징(北京)사무소는 지난해 초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출신 여학생을 특채했다. 급여 수준은 중국인 현지 직원들보다 조금 더 챙겨주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경향신문 1월 22일)”
기자의 조사와 위의 기사로 추정해보면 자본력이 거대한 대기업일지언정 현지 채용 직원의 급여수준은 중국 현지인과 비교하여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경 교민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세심하게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만 급여라는 것은 회사의 규모와 이익, 현지 물가수준과 더불어 시장가격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수요과 공급에 준해서 이뤄지기 마련.
실업자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에 살면서 한국인의 중국어 특기가 별다른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선족 교포도 있고 한국말에 능숙한 한족도 나날이 늘고 있어 유학생의 출신의 구직은 상대적으로 더욱 힘들다. 유학생 출신이 현지 교포보다 중국어를 더 능숙하게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은 대기업 인사 담당자의 판단이다. 다음의 기사를 보자.
삼성 중국 본사 인사 담당자는 “중국 유학생들의 업무 수행 능력이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유학생 채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무역 거래 서류조차 작성하지 못하고, 한국식 예의 범절을 제대로 모르는 인력을 굳이 채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학생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훨씬 낮은 임금을 받는 조선족 동포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 대기업의 판단이다 (경향신문 1월 22일 ) 보통 대기업 관계자들은 유학생 출신 신입사원을 선발할 경우 아예 한국에 취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중국에서 선발해 근무할 경우는 중국 현지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입장이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도 안고 있는 고충이기도 하다. 비록 우리말은 서투르지만 중국인 직원을 뽑아서 훈련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학생 출신, 한국에서의 실업난도 마찬가지
중국의 대학 입학은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편. 한마디로 진입이 쉽다. 중국 학생들과 직접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주로 한국 유학생들끼리 일정한 자리를 놓고 다툰다. 졸업장을 받았다 해도 취직은 어렵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유학 온 대졸자를 뽑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중국에서 유학생 출신을 현지 채용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이는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현지화 전략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대학 출신 유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직장 구하기도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얼마전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에서는 어느 취업 준비생의 하소연 글이 올라와서 화제가 된 적 있었다. ‘학위조차 인정 못받는 중국 졸업장의 현실에 화나네요’라는 제목으로 한 중국대학 출신 유학생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쓴 이 경함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중국계 기업에서 일해 보겠다는 생각을 접고 한국계 기업에 지원했습니다. 면접을 보는데 월급을 50만원 부르더군요. 제가 황당해서 50만원이요? 하니까 ‘네 50만원이요!’ 그러더군요. ‘중국에 사시는데 50만원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나마 한국 분이니까 50만원 드리는 겁니다’” 위에서 인용한 경향신문의 기사를 좀 더 살펴보자.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은 군대를 마치고 온 경우 27~28세.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길에 올라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면 대부분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도로 중국으로 돌아온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유학생 일부는 과거 대학 생활을 했던 대학가 부근에 터전을 잡고 식당 등 자영업에 투신한다. 부모가 준 목돈을 들고 와 마음에 맞는 친구 2, 3명과 동업을 하는 형식이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유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창업하는 업종은 큰 돈 없이도 가능한 부동산 중개업이나 과거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유학원이나 입시학원 등이다. (경향신문 1월 21일)
’현재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유학생은 중국 전체 31개 성•직할시•자치구 가운데 산시(山西)성을 제외한 30개 성•직할시•자치구의 268개 대학에서 5만4079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유학 온 외국 유학생의 40%에 가까운 수치이다. 중국 대학의 학비가 싸다는 것이 매력이다. 연간 학비가 1000만원으로, 미국 대학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기 유학생들도 중국 대학 진학이 나날이 늘고 있다.
눈높이를 낮추고 중국 현실에 맞게, 무분별한 창업은 위험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에 남아 있고 싶어하는 유학생 출신들은 많은데 취업의 수요가 딸리다 보니 실업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이면에는 중국 출신 한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 추세도 한 몫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전체의 삼성 종업원 5만여명 중 파견직원은 스태프 중심으로 600여명에 불과하다. 인력 현지화 달성률은 이미 96%를 넘어섰다고 한다.이에 반면 한국어가 능통한 중국인들의 취업률은 경이적이다. 연변대 졸업예정자 중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의 취업률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전 인터넷 매체인 '온바오'에 따르면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길림성 연변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100%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이 박람회에는 한국어 능통자를 찾는 90여 개 업체와 졸업예정자 3천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많은 북경의 교민들이 ‘나는 중국인들 보다는 못 받는다”고 푸념하는 한국인의 불평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깊이 들어가면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보다 적게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앞으로는 더 이상 통용되지 힘들지도 모른다.
보통 중국인과의 급여 격차가 나날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많은 유학생들의 현지채용 보다는 한국에서 파견되오는 주재원을 선망한다. 그러나 한국으로“주재원이 되어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떠난 이들 중 간혹 주재원 신분으로 중국에 돌아오지만 청도나 천진 등에서 외진 공장에 일하면서 그들이 생각했던 주재원상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 북경대를 졸업하고 주재원이 되어 돌아오겠다면 한국으로 귀국한 전모(29)씨. 그는 그의 꿈대로 주재원 자격으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 왔지만 청도의 한 외딴 설비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그렸던 주재원 상과는 많이 달랐다. 사무 직원은 그까지 포함 4명. 그는 걸핏하면 외로움을 토로하기 일쑤다.
“우선 주재원이라는 상황이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환상만 있는게 아니라서 정말 일의 열정이나 목표 같은 게 없으면 학생 때하고는 다르게 버티기 힘든거 같에요. 발전 가능성 같은게 보여야 고립된 생활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힘이 되는거 같습니다”북경에서 유학생들은 점점 늘고 졸업자들의 실업난이 가중되고 학력 인플레까지 생기는 가운데 오히려 눈높이는 더 까다롭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직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에 오면 한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든, 중국의 현실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창업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별다른 사회 생활 경험 없이 부모나 남의 돈을 빌려 자신감만으로 창업했다가 오도가도 못 가는 신세가 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학생의 실업문제는 유학생 자신들 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도 인식하며 재외공관과 함께 다 함께 슬기롭게 풀어나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7년 6월 ‘온베이징’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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