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생활계획표 속의 삶을 살다.
신년계획을 지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를,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기대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듯하다. 2008년을 맞이하여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2천105명에게 새해 소망을 설문할 결과 '자기 계발'(24.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 나름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시간관리를 잘 하여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기대로 끝나는 현상이 유독 나 혼자만의 경험이고 욕심일까? 항상 새해의 새로운 결심들이 언제나 지속되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방학과 동시에 만들었던 동그라미 생활계획표가 떠오른다. 원형의 시계모양에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운동하고 아침 먹기, 오전에는 공부, 오후에 점심 먹고 2~3시간 가량은 휴식에 매일 저녁 일기를 쓰다 10시 전에 꼭 꿈나라에 빠져들던 그 단 한번도 그대로 지키지 못했던 계획표 말이다. 비록 그 계획표를 만드는 순간만큼이라도 짝꿍이랑 떠들며 예쁘게 그림 그리고 색칠했던 추억만 남았지만…
이 순진무구한 계획이 대학생, 심지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조차 매년 다이어리 첫장에 기재되어 독서, 외국어, 자기계발, 운동, 자격증, 여행 등의 멋진 단어들로만 남았던 기억은 나 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리라.(항상 이 원대한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 베스트 셀러로 올랐었는데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란 책이다.)
매년 세웠던 신년계획이 몇 달, 아니 몇 주, 며칠이 못 가 어느새 제자리에 돌아와 있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의지의 부족을 탓했다. 새해가 올 때마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만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었고, 그렇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던 2006년의 어느 날이었다.
고액의 연봉을 주고 비서를 고용하다.
자기계발에 깊은 관심과 실행력을 겸비한 친형의 소개로 2006년 5월 ‘소중한 것 먼저 하기’라는 FOCUS 교육에 참가하여 프랭클린 플래너와의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지게 된다. ‘제대로 된 만남’이라는 말인 즉, 이전에도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조금 비싼 다이어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플래너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플래너와 새로운 시작을 열어보려는 분들에게 감히 내 경험을 공유한다면 꼭 FOCUS 교육에 참석하여 자신과의 대화시간을 가져본다거나 최소한 2시간여의 플래너를 이용한 무료 시간관리 세미나에도 참석해 보기를 권한다. 사실 듣기 전에는 무슨 다이어리 쓰는 데 2시간이나 교육을 받는가 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메모장이 아닌 실제 인생의 발전과 연관이 될 수 있게 플래너를 쓰는 방법을 배우는 지라 2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교육에 참석하여 자기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배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최초의 사치를 저질렀다. 비싼 커피도 안마시고, 가끔 끼니도 대충 때우던 내가 한 달 치 밥값에 해당하는 돈을 들여 ‘근사한’ 플래너 바인더를 같이 장만한 것이다.
혹자는 플래너를 두고 ‘개인 비서’라고도 하는데 나는 그 비서에게 처음부터 인상된 연봉을 주고 고용해버린 셈이다. 내가 그만큼을 투자했으니 최소한 본전생각이 나서 아까워서라도 들고 다니겠지 하는 생각과 남들이 보기에도 꽤 시선이 가게끔 장만을 하였다. 그리고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플래너에 대한 투자,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투자는 그 이상의 가치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프랭클린 플래너_ 내 삶의 방향이 되어 주다.
그전까지 사용하던 다이어리보다 조금 더 비싸다면 무언가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플래너는 달랐다. 그것은 단지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일반 수첩처럼 하루 일과를 기록하거나 급할 때 메모하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반복해서 물어 왔으며 위클리 컴퍼스를 통해 내가 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되짚어 주었다. (이 위클리 컴퍼스를 쓸 줄 아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중수로 넘어가는 단계라 하니.. 시간관리 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또한 주변에 플래너를 자주 쓰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며 그분들의 조언으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 시각화를 시킨다든지, 독서 및 아이디어 목록을 첨부하여 사용하기 등은 그냥 사용설명서로만 보기에는 이해에 무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물론 익숙하지 않았지만 항상 소지하려는 습관에 플래너는 점차 내 손에 익어갔고 그렇게 플래너와의 서먹한 데이트 기간을 거치며 나만의 삶을 만들어 나가던 중 또 새로운 해가 돌아왔다.
누군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켜오던 있는 일일 수도 있고 별 대수롭지 않은 계획일지도 모르지만 매번 지키지 못했던 나로서는 도전이 될 만한 계획을 플래너에 기록하며 다시 시작했다. 매 순간마다 내 가치인 신의와 행복, 가족과 자유를 일깨워 주도록 부탁했고, 심신의 단련을 위해 한 달에 4권의 책 읽기, 몸무게 4kg 감량, 자격증 취득, 가족과 더 사랑하기 등등의 목표를 세워서 점검해주길 요구했다.
그 결과 2007년이 끝나갈 무렵 독서는 48권 목표에 65권을 읽으며 많은 정신적 성장을 얻을 수 있었고, 몸무게는 5kg감량으로 목표치 보다 1kg 더 줄일 수 있었다. 더욱이 지배가치에 따라 소중한 것들을 행동하던 모습을 좋게 보아준 매니저의 믿음과 도움으로 팀장으로의 승진을 이룰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금융지식 축적과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성을 넓히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런 개인적 발전 및 사회적 인간관계 확대 속에서도 플래너를 통하여 가족과 함께하는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아 가족 모두와 함께 제주도 여행 및 친형과의 중국여행, 각종 집안행사에도 소홀하지 않게 참가해 더 돈독한 관계를 쌓는 알찬 한 해를 보냈다.
중간중간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플래너 속에 있는 지배가치는 나를 도와주었다. 고객이 재테크 상담을 요청하여 본인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때마다 플래너에 기재된 나의 지배가치는 당장의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게끔 이끌어주어 궁극적으로 상대방과 더 큰 신뢰를 쌓는데 바탕이 되었던 것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물론 내가 계획한 전부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용기 내어 글을 쓰는 이유는 나 같은 평범했던 사람도 이런 작은 시도를 통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작심삼일이 두려우면 삼 일마다 결심하면 될 것 아닌가. 시작도 해보지 않고 못 할거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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