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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장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올해는 어떻게 보람 있게 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해의 모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2005년 7가지 습관 CEO 과정을 수료한 이후 7가지 습관 중 하나를 선택하여 내가 속한 부서의 모토로 정하고 있다. 사무실 출입문에 이를 붙여 놓고 들어오고 나갈 때 보면서 마음에 되새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해에는 "Be proactive"로 정하여 직원들과 함께 창조적인 업무 수행

을통해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애를 썼다. 지난해에는 "Win- win"을 모토로 하여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여 과학수사발전에 기여하려고 노력하였다.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부서이기 때문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Synergize"를 모토로 하였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전공을 융합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있고, 전공이 다른 사람이 함께 할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 올해의 모토를 synergize로 정하였다. 전 세계 법과학연구소를 볼 때 우리 연구소처럼 다양한 분야가 한 지붕 내에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다양성을 발판으로 분야별 융합을 한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최고의 감정, 연구기관이 되는데 손색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다른 분야와의 교류에 약간 인색한 경향이 있다. 이런 사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공동연구 과제를 함께 추진하며 유대감을 돈독히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전공이 다른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일 하는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있었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법과학부는 실험실내에서 약독물, 마약, 화학물질 등을 분석하는 분야도 있지만 안전사고, 화재, 교통사건사고, 폭발물사건사고 등의 현장에 출동하여 사고 원인 조사를 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지난주에 온 국민을 크게 놀라게 하였던 이천 화재사건의 현장에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 갔다. 가기 전에 현장의 상태가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지만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간 현장은
후레쉬 없이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캄캄한 곳이었고, 사고 열흘이 지났음에도 잔재로 인한 심한 냄새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축구장 2-3배정도 크기의 방대한 화재 현장에서 우리 직원들은 열흘 이상을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발화원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바닥과 벽면, 천장을 샅샅이 검사하며 고생을 하고 있었다. 화재 후 여기 저기 떨어져 있는 잔해 속 어디에 있을 발화원을 찾기 위해 잔해 하나하나를 소중히 옮기며, 배선상태를 살피기 위해 스카이 잭을 타고 7-8m 천장에서 배선 구조를 검사하고 있었다. 현장을 떠나면서 잠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만 보고 나왔음에도 냄새로 인해 어지러움을 느끼는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발화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집념과 과학수사를 지원하고, 과학적 진실 규명을 하겠다는 그네들의 사명감에 마음 깊이 감동을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팀들에 대한 이해가 배가되었다.

  이와 더불어 화재로 훼손된 40명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하고, 유가족과의 유전자 대조를 통해 신원확인을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걸쳐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하게 40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 했다는 것은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준 것으로 과학을 하는 사람입장에서도 아주 감동적인 성과가 된다. 또한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머리카락에서 유전자를 분석하여 범인을 찾는 그 섬세함과 정교함, 소변에서 마약을 찾고 모발 중에 있는 ng 단위의 마약성분을 검출하여 마약 복용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기술력은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각 분야가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여 상대방을 존중하고 협동한다면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7가지 습관중의 하나를 모토로 삼으며, 7가지 습관 한가지 한가지가 이렇게 내 생활의 중요한 원칙이 될 수 있음에 감동을 받는다. 올해도 synergize를 마음 속으로 새기며, 내가 속한 부서에서 이 습관을 원칙으로 하여 모두가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정직, 정확, 신속을 최고의 가치로 하여 맡은 업무를 소중히 처리하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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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deabo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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