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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없어도 걸어다닐 수 있다 |
2004.07.27, 박종수 |
구두가 없어도 걸어다닐 수 있다 영국의 문호 사무엘 존슨 박사는 소년 시절에 집이 가난해서 구두마저 사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늘 맨발로 걸어 다녔다. 존슨이 옥스퍼드 대학에 다닐 때 부잣집 아들을 친구로 사귀었는데, 그 친구는 존슨의 가난을 매우 딱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새 구두를 몰래 그의 방문에 걸어두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존슨은 그것을 보자 창 밖으로 홱 던져 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남에게 구두를 얻어 신는 것은 남의 비호를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비록 굶어 죽는 일이 있더라도 남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다. 옥스퍼드의 거리를 구두 없이 걸을 수 없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겠지만 , 나는 지금 훌륭히 걸을 수 있는 맨발을 가지고 있다. 구두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존슨은 여전히 맨발로 통학했다. 굳이 맨발로 다니는 것이 훌륭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길을 걸으려면 단정하게 구두를 신고 걷는 것이 좋고, 아무래도 그쪽이 자연스럽다. 존슨이 맨발로 걸은 것은 취향 때문이 아니라 구두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지만,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두 가지가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리의 생활과 비교하여 곰곰이 생각할 문제를 던져 주는 것이다. 하나는 '굶어 죽는 일이 있어도 남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다'라는 견고한 정신이다. 우리가 그런 가난한 지경에 놓이면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받을 계기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을까. 숙이고 싶지 않은 머리를 얼마든지 숙여서라도 도움을 구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잠자코 도움을 주면 뜻밖의 행운이라고 덥석 달려들지 않을까. 적어도 이왕에 생긴 새 구두를 창 밖으로 내던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의 호의를 무시하는 행동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맒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와는 분명히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문제와는 별도로 생각하기로 하자. 여기서는 남의 도움을 거절한 당당한 태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깨끗한 인격을 쌓아올리는 기반이 된다. 요즈음 세태가 너무나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고 있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구두를 창 밖으로 내던진 존슨의 굽힘 없는 행동은 더욱 빛이 나는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구두를 신지 않고 다니는 데 대해 조금도 구애되지 않은 마음가짐이다. 훌륭하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으니 구두를 신지 않으면 어떠냐는 떳떳함이다. 그것은 결코 가난에서 비롯된 허세가 아니다. 이상한 허세 나 저항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면 맨발로 걷는 것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존슨은 아무 것에도 구애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생활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그러므로 옥스퍼드 거리를 맨발로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어떤 일에도 구애되지 않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히 어렵다. 존슨이 문호로서 크게 성공하여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강한 의지 덕분이 아니었을까. - 하나오 카타이카쿠의 '나를 변화시키는 3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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